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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정책동향

성매매재범방지대책과 ‘존 스쿨(John school)’

  • 작성자webadmin
  • 작성일2012.11.27
  • 조회수3,181
박혜진│한국형사정책연구원 Post-Doc. 연구원 Ⅰ. 들어가며 2004년 성매매특별법의 제정 이후 우리는 다양한 성매매방지정책을 구상하고 운용하여 왔다.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성매매방지정책은 성을 판 매하는 여성을 처벌하던 데서 점차 성을 구매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고, 그 중심에 ‘존 스쿨(John school)’이라는 일종의 다이버전(Diversion)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시민단체인 ‘세이지(SAGE: Standing Against Global Exploitation)’가 1995년부터 초범 성구매자 남성의 의식개혁을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성구매 재범방지 교육프로그램인 ‘존 스쿨(John school)’은 정부기관(경찰 및 검찰)과 지역사회(성매매 관련 민간단체) 간 파트너십 형성을 통한 ‘기소전 다이버전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현재 미국 28개 관할구에서 실시 중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캐나다, 유럽 등 세계 10여 국에서 운영되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성매매방지정책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이를테면 전 세계에 분교를 가지고 있는 ‘인터내셔널 스쿨’인 셈이다. ‘존 스쿨(John school)’의 ‘존(John)’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 관련 범죄로 잡힌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신을 감추기 위해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인 ‘존(John)’을 쓴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홍길동’이나 ‘개똥이’쯤 되겠다. 초범인 성구매자에게 성의식 개선과 재범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함으로써 수요자 감소를 통한 성매매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이 제도에는 성구매자 남성에 대한 단순한 처벌은 오히려 상습범이 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성매매가 무지에서 발생한다는 인도적 차원의 고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어떠한 범죄에 대해 바람직한 재범방지정책을 마련하려면 그 범죄의 특성, 의미, 재범의 정도와 교화·개선가능성, 파생 범죄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나 성매매처럼 그 범죄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거둬지지 않은 범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가형벌권의 엄격한 집행을 통한 범죄예방과 질서유지를 통한 정의의 확립’이라는 전통적인 형사사법모델로부터 탈피하여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라는 형사정책적 고려를 통해 범죄인에게 조기에 개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범죄예방과 재범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 ‘존 스쿨’제도는 그 훌륭한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정당성과 타당성을 시험받는다. 우선,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성매매특별법을 통해 성매매를 실질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그 방지대책을 실시하고 있는 와중에 엄연히 범죄자인 성구매자를 1회에 한하여 처벌을 유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존 스쿨(John school)’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여부에서부터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 당시부터 형법과 도덕의 경계에 놓인 성매매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그 법적 정당성과 실효성, 내용상의 문제점과 운용 등에서 강하게 비판받아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존 스쿨(John school)’이라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이 초범인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정책적 배려에 근거한 다이버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성매매에 대한 위법성 인식을 저하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하에서의 몇 가지 의문들은 ‘존 스쿨(John school)’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논의를 위한 단초로 삼을 수 있으라고 기대한다. Ⅱ.    ‘존 스쿨(John school)’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들 1. ‘존 스쿨(John school)’이란 낯선 제도의 등장 원래 ‘존 스쿨(John school)’은 성매매에 대해 규제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비롯된 성구매자 재범방지 교육시스템이다. 그런데 미국은 길거리에서의 성매매 권유나 성매매 흥정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을 뿐, 우리와 같이 집창촌이냐 개인적 성매매냐를 불문하고 성매매 자체를 금지, 단속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존 스쿨(John school)’이라는 제도를 체계화시킨 사람이 바로 거리에서 성매매로 약물중독과 폭력에 시달리던 전직 성매매여성이었다는 점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마치 노숙자들이 ‘빅이슈(BIG ISSUE)’란 잡지판매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것처럼 (성매매 당사자들에 의한) 일종의 ‘자정시스템’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의 성매매는 소위 전업형, 겸업형, 인터넷 및 기타 다양한 형태로의 성매매가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차 인터넷 및 스마트 폰 등을 활용한 1인다역(Multi-role person system)의 성매매로 전환되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대적인 거리단속의 강화를 중심으로 한 성구매자 교육프로그램인 미국의 ‘존 스쿨(John school)’ 시스템을 우리의 성매매 재범방지대책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그리고 전체 성매매 재범방지대책에서 어느 정도의 기여효과 내지 연결성을 갖는지 등도 고려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성구매는 남성들만 하는 것이 아님에도 ‘존 스쿨(John school)’이라 명명하고 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윤락행위방지법의 ‘윤락’이 ‘여성비판적’이라고 비판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존 스쿨(John school)’을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부산물처럼 보이게 할 위험도 있다. 같은 견지에서 초범이라고는 하나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존 스쿨(John school)’이라는 ‘학교(?)’에 보내 일정 시간동안 교육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형벌을 면제해 준다는 사실은 성매매에 대한 범죄성에 대한 인식 제고나 국가형벌권의 겸억성 측면에서도 회의적 시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 2.    ‘존 스쿨(John school)’은 재범방지대책인가? 아니면 범죄의 완충지대인가? 여러 성 관련 범죄 중에서 성에 대한 죄의식이 가장 적은 범죄를 든다면 아마도 성매매일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성폭력범죄와 달리 상대방과의 동의하에 금전적 거래를 통한 성행위를 한다는 점을 들어 성매매의 비범죄성을 설파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존 스쿨(John school)’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해외의 경우 ‘존 스쿨(John school)’ 이수자의 재범률이 2% 내외라는 놀라운 결과에 근거하여   법무부가 2005년 8월에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지만, 2011년 7월까지만 하더라도 ‘존 스쿨(John school)’을 이수한 사람은 10만 명이 넘고, 이 중 2회 이상 이수한 사람이 933명, 3회 이상 이수자도 11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더욱이 성인 성매수범보다 중하게 처벌받기 때문에 ‘존 스쿨(John school)’ 대상자가 될 수 없는 미성년자 대상 성매수범의 경우에도 409명이나 존 스쿨 이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 역시 ‘존 스쿨’ 제도의 실효성을 강하게 의심하게 한다.        게다가 2일 16시간으로 한정된 시간 내에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인식을 교정하고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재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성매매의 범죄성과 해악성, 탈성매매 여성의 증언 등 15개 과목으로 구성된 교육의 내용, 성구매자에 한정된 교육처분의 대상, 그리고 토론, 상황극 등이 첨가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교육의 진행이나 내용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강제적 또는 인권유린적 성매매가 아닌 한, ‘존 스쿨(John school)’ 프로그램에 성판매 여성들이 강사로 위촉되어 투입되고 있는 것은 교육의 전문성을 의심케 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형식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점은 곧 교정에 대한 회의로 연결된다. 안 그래도 성매매는 기소율이 어느 범죄보다도 낮은 편인데, 기소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1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으로 처벌되고 불 기소의 경우에는 ‘존 스쿨(John school)’의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되어 형벌을 면하다 보니 오히려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식의 반감만 야기한다거나, 성구매자에 대한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성매매특별법 제12조를 형해화시킨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3.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에 의한 ‘존 스쿨(John school)’의 운영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존 스쿨(John school)’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는 점과, 그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제기가능한 문제점 중 하나는 형사소송법에서 조건부 기소유예를 논의함으로써 1차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효과가 ‘경미범죄의 비범죄화’라고 할 때, 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통한 ‘존 스쿨(John school)’ 제도의 운영으로 말미암아 어렵게 범죄성을 획득(?)한 성매매가 경미범죄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에서 말하는 ‘조건’의 범위와 그 법적 성질 역시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무죄추정원칙에의 위배 여부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조건의 이행에 따른 기소유예처분의 경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재기소가 금지되는 존속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형사사건에 대한 법관의 관할권이 검사에게 이전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후자의 경우는 보다 본질적이다. 검사가 성구매자에게 ‘존 스쿨(John school)’의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리면 보호관찰소 주관으로 수강명령담당 보호관찰관에 의한 교육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는 다른 법적 근거 없이 2005년 7월 대검찰청이 ‘성구매자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실시방안 및 성매매알선 등 처리지침’이라는 내부지침에 의하여 시행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물론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를 취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이 기소유예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곧 ‘조건부 기소유예’의 근거규범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학설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인 의무사항을 부과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요청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담당하여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무나 부담의 이행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기소유예를 할 수 없다’는 부정설과 ‘권력분립원칙에 따를 때 기소유예의 권한 자체가 근본적으로 법관에게 속하지만, 현행법이 기소유예의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는 한 조건부 기소유예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긍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은 피의자의 자유와 재산을 제한하는 강제적 부담사항 내지 지시사상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따라서 법문언의 해석상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은 ‘무조건부 기소유예’라고 할 것이므로, 조건부 기소유예를 형사소송법 체계 속으로 편입하려면 입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Ⅲ. 나가며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여전히 거대한 공백지대이다. “멀쩡한 사람도 성매매 문제로 가면 생각이 블랙홀에 빠진다”는 어느 현장 활동가의 말은 매우 유감스럽게도 성매매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성매매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고, 그에 대한 다방면의 대책을 강구하는 데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위에서 대강 살펴보았지만, 현재 성매매에 대한 재범방지대책으로 운용되고 있는 ‘존 스쿨(John school)’은 그 본질, 대상, 내용 및 운영상의 한계로 말미암아 매우 제한적으로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고, 여러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다. 성매매 재범방지대책으로서 도입된 지 7년, 이 시점에서 우리가 ‘존 스쿨(John school)’ 제도를 이론적·체계적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통한 ‘존 스쿨(John school)’ 제도의 운용이 성매매특별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성구매자에 대한 성매매 재범방지대책으로서의 본래적 의의와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절차적 측면에서의 개선과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고 또 충분히 현재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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