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의 대상과 방법
○ 연구의 대상 – 포스트코로나의 수사와 재판
- 일반적으로 포스트(post-)라는 접두어는 ‘- 이후’라는 시간적 의미와 ‘脫-’이라는 해방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포스트코로나라는 개념은 ①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 이후라는 시간적 의미, ②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팬데믹화되는 상황(양적 변화), ③ 중세 흑사병처럼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이 발발하고 확산되는 상황(질적 변화), ④ 감염병 확산의 주요한 원인인 ‘대면 접촉’을 지양하고 비대면 문화를 선호하게 되어 점차 비대면 접촉이 하나의 규범으로 성장하는 상황들을 망라함.
- 이에 본 연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형사사법체계의 변화와 대응”이라는 대주제 하에서 “팬데믹에 따른 수사와 재판의 변화와 대응”(2021년)을 시작으로 “팬데믹에 따른 교정과 보호관찰의 변화와 대응”(2022년), “팬데믹에 따른 출입국관리의 변화와 대응”(2023년)을 아우르면서 코로나19가 우리 형사사법분야 및 법무정책 영역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의 방향을 진단.
○ 연구의 방법
1. 경험적 인식을 위한 표적집단면접조사(FGI)
- 수사 및 재판 실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최근 코로나19를 경험한 최소 5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총 28명(경찰 6명, 검찰 10명, 법원 7명, 변호사 5명)을 대상으로 2021년 8월 10일부터 2021년 10월 15일까지 조사. 표적집단 면접과 개인 전화면접을 혼용하여 진행하였고, 표적집단면접에서는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참여자 상호간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집단적 역동성을 활용한 보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정보수집이 가능함. 특히, 조사 참여자 상호간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고 이를 통해 다른 참여자의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이 다시 제시되는 등 집단의 역동성을 활용한 발상의 연쇄작용이 가능했음.
2. 비교법 분석
- 우리 연구의 문제의식이 비대면화, 전자화, 원격화라는 포스트코로나의 증후라는 점을 감안해서 비대면화, 전자화, 원격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실시한 주요 국가들의 관련 제도를 찾아서 검토. 다만 이번 연구는, 비교법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소개하는 기존 연구와 달리, 관련 현안에 대해 주요 국가들의 수사 및 재판의 쟁점을 소개하였다는 점에서 제도적 적시성을 한층 도모할 수 있었음.
■ 포스트코로나의 의의와 형사사법체계의 변화
○ 포스트코로나의 범죄동향과 추이
1. 선행연구
- 기존 선행연구들에서는 112 신고 데이터의 발생일시와 범죄유형을 고려하여 산출했기 때문에 비교적 신속하게 최근 자료를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동일한 이유로 미국 등에서도 911 신고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음. 그러나, 112 신고자료는 오인신고나 중복신고의 가능성으로 인한 과대보고의 가능성과 함께 경찰이나 검찰에 직접 신고하거나 인지된 사건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소보고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님.
2. 공식통계의 분석
-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국 각급 수사기관(검찰, 경찰, 특별사법경찰)에서 범죄사건을 수사하면서 작성・전산입력한 각 범죄통계원표(발생통계원표, 피의자통계원표)를 토대로 작성되며 경찰청의 「경찰범죄통계」와 검찰청의 「범죄분석」의 기초가 되는 공식 범죄통계자료에 기초한 범죄동향 리포트 자료를 기준으로 실제 범죄사건의 접수현황이 코로나19 전후로 차이를 보이는지를 검토.
- 2020년 1분기, 즉 코로나가 발생한 초기에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교통범죄 등의 세부유형 범죄를 비롯해서 전체 범죄의 발생건수가 전년 동분기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보임. 같은 데이터를 사용한 선행연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전체적인 범죄감소 및 폭력, 교통, 강력 범죄의 감소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대면접촉의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결과로 이해됨. 특히, 형사사법기관에 인지된 발생범죄의 건수가 코로나 발생 이후 전년 동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112 신고데이터를 분석한 선행연구의 결과와 매우 유사한 것을 확인. 그러나, 재산 범죄의 경우에는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1~3분기에는 전년 동분기 대비 증가했다가 2020년 4분기 이후로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는 차이가 있었음.
○ 포스트코로나의 증후로서 비대면화, 전자화, 원격화
- 대면에 의한 수사와 재판 실무는 확진자 접촉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함. 수사와 재판 업무는 접촉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선행연구와 전문가 조사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접촉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사와 재판의 일련의 방향성을 ‘비대면화’, ‘전자화’, ‘원격화’라는 개념으로 포착함
- 먼저 비대면화라는 개념은 대면에 의하지 않는 ‘방식’의 총체 또는 ‘목적’을 의미. 전자화는 전자문서등에 의한 수단의 총체로서 비대면화를 목적으로 하거나 비대면화를 촉진. 원격화는 시․공간의 거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을 비대면의 방식으로 대면’할 수 있게 해주며, 상당부분 전자화라는 수단에 의존.
- 요컨대 ‘비대면화’, ‘전자화’, ‘원격화’ 개념은 층위를 달리하는 개념이고 상당부분 중첩적이기도 하지만, 접촉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의 변화와 방향을 설명하기에는 적절한 분석틀이라고 할 수 있음.
- 이러한 변화양상은 법 영역에서도 쉽게 확인됨. 입법 영역에서의 전자입법발의와 원격영상을 통한 본회의 진행, 사법영역에서의 전자소송, 집행 영역에서의 전자감독은 전자화・비대면화・원격화를 활용하여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향상시켜 국민의 권익 향상에 이바지하는 효과. 이외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교정영역에서의 원격화상 접견시스템 등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시행되고 있음.
■ 포스트코로나의 수사절차
○ 문제의 제기
- 본 연구에서는 우선 수사절차를 비대면화하거나 전자화하는 것과 관련하여 기존의 논의와 현행 법령, 그리고 현재의 실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함.
○ 대인적 수사절차 관련 문제
1. 현행 법령상의 문제
- 현행 「형사소송법」 및 관련 법령의 조문들은 기본적으로 제정 당시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특히, 정보통신망 기술과 인프라가 고도로 발전하고, 국민의 기술 의존도가 높아진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함. 즉, 「형사소송법」 규정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법원이나 수사기관과 같은 장소에 물리적으로 직접 출석하는 것을 전제로 규정되어 있음.
- 또한 오늘날 정부를 비롯하여 많은 기업들이 컴퓨터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문서를 생성하고 공유하고 있으며, 전자기록의 저장 역시 클라우드와 같은 가상공간에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형사사법분야에서는 전자문서보다는 종이로 된 문서의 발행 및 제시를 원칙으로 함. 최근 KICS를 통하여 형사사법절차의 전자화를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종이의 문서를 전제로 한 규정들이 존재. 영장에 기명날인을 요구하거나 조서에 간인 및 기명날인을 하도록 하는 등의 아날로그적 규정들이 그러함.
- 따라서 절차의 비대면화나 전자화를 도입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절차 규범들이 어떠한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지, 현행법령상의 문언은 어떻게 교체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재정비할 필요.
2. 비대면・원격 조사의 신빙성에 대한 검토
- 형사절차를 비대면화 하는 것에 대한 가장 큰 비판점 중에 하나는, 원격에서 비대면 기술을 통해 피의자 등을 조사하는 경우, 진술 이외의 비진술적인 표현들, 예컨대 표정이나 제스처를 관찰할 기회를 잃게 되고, 그 결과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
-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 이미 비대면 조사를 통해서도 정확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며, 또한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선명한 화질의 영상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반론으로 제기할 수 있음. 따라서 진술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비진술적인 표현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비대면 원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큼.
3. 수사의 밀행성 침해 문제
- 조사 대상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하지 않도록 수사 정보에 대한 보안과 밀행성이 보장될 필요. 특히, 사건이 복잡하거나 다수의 공범이 참가한 경우 등은 수사 정보가 노출되면, 수사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 있음. 그런데 수사절차를 원격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즉각적인 신병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조사를 받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음.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대면・원격 수사가 가능한 범죄 유형 및 비대면・원격 수사절차 수행이 가능한 수사 진행 단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사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 있음.
4. 조서주의에 대한 검토 필요
-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를 천명하고 있음에도, 절차의 지연과 비효율을 막고자 공판은 주로 조서를 바탕으로 진행되어 왔고, 따라서 수사 실무도 조서의 작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형태로 진행. 반면, 수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보장과 객관성 및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는 영상녹화물에 대해서는 정작 법원이 본증으로 인정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
- 영상녹화물은 위조나 변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조사 당시의 상황과 진술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큼. 비대면・원격 기술을 이용하여 수사를 하는 경우, 화면에 나타난 조사자와 진술자의 대화 내용을 녹화함으로써 영상녹화물과 동일한 형태의 증거로 제작될 수 있음. 물론 이를 법정에서 직접 재생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더러, 타인의 개인정보와 같은 정보도 함께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녹화된 내용을 요약・정리한 녹취서 또는 수사보고서 등을 조서의 형태로 제출하는 방안과 같은 대안이 검토되어야 함.
5. 기술적인 장애 문제
- 비대면으로 원격지에 있는 피의자나 증인 등을 신문하는 경우 상대방이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음. 지금은 수사기관에 출석한 자의 얼굴과 신분증을 대조하는 한편, 지문을 대조하여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원격지에 있는 자에 대해서는 이러한 신분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비대면 화상기술로 접속한 진술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보완적 기술이 개발되어 도입되어야 함.
○ 대물적 수사절차 관련 문제
1. 영장 청구・발부・집행 단계에서의 비대면화 가능성
- 현행 「형사소송법」은 영장 신청과정 및 발부 과정을 비롯하여 이를 집행하기 위해 제시하는 단계에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수행되는 것이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음. 이는 실무적으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팬데믹 사태에서는 불합리하기까지 함. 특히 판례의 태도와 같이 영장의 ‘원본’을 ‘직접 제시’하여야 한다는 해석한다면 여러 문제점을 야기.
- 따라서 영장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원본의 직접 제시에 따른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하여 비대면, 즉 간접적으로 영장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장을 전자적인 형식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 지 검토할 필요 있음.
2.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참여권의 문제
- 현행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경우 압수물 등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인하고, 별건수사로 악용됨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압수자나 변호인 등 관련자가 압수・수색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전자적 기록의 압수・수색에 있어서는 저장된 정보가 사건과 관련이 있는 유관정보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참여권을 보장. 판례는 이러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판시.
- 문제는 대규모의 전자정보를 압수하여 유관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더러, 반드시 관련자가 현장에 동석하여 이를 판단할 실익이 적음. 따라서 비대면・원격 기술을 통해 피압수자나 변호인이 참여하여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함.
■ 포스트코로나의 재판절차
○ 문제의 제기
-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채택. 전통적 관점에서 형사소송이 이른바 전자재판의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 수사기관의 조서를 중심으로 한 재판이 되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그래서 형사사법이 코로나19 대확산 사태를 경험하기 이전까지는 정보기술을 이용한 원격재판은 공판정에서의 재판에 대한 보조적 수단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강했으며, 주로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국민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원격화상시스템 등의 정보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검토되었음.
-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도 전면적인 비대면화의 필요성이 제기됨. 하지만 법원은 급속히 비대면화가 전개되는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춰 나아가지 못함.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공판기일을 연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지만, 피고인의 구속기간 제한이 있는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음.
○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대응 재판 실무
1. 미국
- 코로나19 이전 미국에서는 영상재판과 관련하여 「수정헌법」 제6조가 보장하는 “피고인의 증인 대면권” 문제가 제기되었고, 따라서 영상재판은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시행.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하여 제정된 「The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CARES” Act)의 제15002조에서 특정 상황 하에서 영상 또는 전화 통화 방식에 의한 형사재판을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형사재판에 있어서 영상재판을 활용할 수 있는 일반 규정이 마련됨.
2. 영국
- 영국도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2020년 3월 25일 「Coronavirus Act 2020」을 제정, 시행. 이 법은 2년의 시한을 둔 한시법(제89조)으로 이에 따르면 재판에 관련된 자가 감염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이 달리 결정하지 않는 한 비디오 링크를 이용한 재판이 전적으로 허용. 아울러 영국은 2020년 9월 28일 중범죄자의 미결구금기간을 기존 182일에서 238일로 늘린 바 있음.
3. 중국
- 중국은 2017년부터 이른바 ‘인터넷법원’을 설립하여 영상재판의 가능성을 모색. 이에 더하여 2019년 “이동 미니 법원” 시범사업을 통하여 위쳇(WeChat)을 통한 전자소송 플랫폼의 구축 가능성을 검토. 2020년 2월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코로나19 감염병의 예방과 통제 강화 및 표준화 관련 온라인 소송업무 고시”를 발표하여 가석방, 간이공판절차와 약식재정절차, 자백사건, 그리고 전염병 관련 사건의 온라인 재판을 허용.
- 2021년 5월 중국 최고인민법원 사법위원회는 「인민법원 온라인 소송 규칙」을 승인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약식재정절차사건, 감형 및 가석방 사건,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온라인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 다만 구속된 피고인은 구속장소에서, 불구속 피고인은 법원이 지정한 장소에서 온라인에 접속해야 하며 증인과 감정인은 원칙적으로 오프라인 법정에 출석해야 함.
4. 싱가포르
- 싱가포르 대법원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나 화상회의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를 발표. 또한 2020년 4월에는 재판절차에서 원격통신의 광범위한 사용을 승인하는 「코로나19 관련 임시조치법」을 마련함. 싱가포르 대법원은 2020년 5월 영상재판으로 사형을 선고하기도 함.
5. 독일
- 독일은 2020년 3월 「형사소송법 시행법」을 개정하여 코로나19로 인하여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중단기간에 더하여 공판을 최장 2개월간 더 중단할 수 있도록 함. 아울러 독일의 미결구금기간은 감염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하여 6개월을 초과하여 연장될 수 있음.
- 독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인은 실시간 중계를 통하여 공판정 이외의 장소에서 진술 할 수 있으며,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경우에도 실시간 중계의 방법으로 피의자 등이 공판정 이외의 장소에서 구두변론을 할 수 있음. 경미범죄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도 실시간 중계의 방법으로 피고인 신문 가능. 형 집행에 관한 재판의 경우에도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진술을 실시간 중계를 통해 청취할 수 있음.
○ 현행 형사절차법상 재판절차 비대면화 관련 쟁점
1. ‘출석’의 물리적 한계
- “출석”이란 ‘나아가 참석한다’는 의미이므로, 「형사소송법」에서 말하는 출석은 “물리적 출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 2021년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판준비기일(제266조의17) 이외에도 피고인에 대한 구속사유 고지절차(제72조의2 제2항)나 증인 신문 절차(제165조의2 제2항)를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피고인이나 증인 등이 법정에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신설. 「형사소송규칙」 제123조의13에 따르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은 법원 청사 안에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며, 필요한 경우 지정된 인터넷 주소에 접속함으로써 출석이 가능.
2. 비대면 재판과 공판중심주의
- 형사재판의 전자화, 비대면화는 공개주의를 촉진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음. 비대면화는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공판 방청 가능 장소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 다만 이러한 공개가 언론을 통한 공개의 정도로 확장되지 않을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장치의 마련이 필요함.
- 구두주의는 직접주의와 결합하여 진술 과정에서 드러나는 표정이나 태도로부터 증언의 증명력을 더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비언어적인 추가정보를 법관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 있음. 공판의 비대면화와 관련하여 법관이 이러한 비언어적 추가정보를 적절하게 획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됨. 반면 공판의 비대면화는 예컨대 해외 거주자 등 출석하기 어려운 자의 진술을 청취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구두주의를 촉진하는 면도 있음.
- 형사절차의 비대면화는 변론주의와 관련하여 대체로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변론주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다만 피고인 측의 진술기회가 충분히 부여되도록 하여 반대신문권 등 방어권이 적절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 형사절차의 비대면화에 있어서 직접주의와 관련된 쟁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됨. 구두주의와 연계하여 비진술 증거가 재판부에 의하여 충분하게 직접 심리될 수 있도록 기술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
○ 공판 관련 절차의 비대면화 방안
1. 피고인의 법정 출석 관련
- 2021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영상재판 방식으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 위한 요건 및 절차를 규정(제266조의17). 이 규정에 근거하여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거나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하여 공판준비기일을 열 수 있음.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한 영상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 측에서 재판관계인이 동시에 접속할 인터넷주소를 개설하여 재판관계인에게 통지하고 위 인터넷주소로 접속하는 방식으로 열림(「형사소송규칙」 제123조의13 제1항). 다만 피고인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는 경우에는 제266조의17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현행법상 비대면으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없음.
2. 약식, 즉결의 비대면화
- 원칙적으로 서면심리만으로 진행되는 약식절차는 전자화가 용이하다. 「약식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① 음주운전 사건, ② 자동차 무면허운전 사건, ③ 원동기장치자전거 무면허운전 사건, ④ 위 사건들과 관련된 사용자에 대한 양벌규정 적용사건에 대하여 피의자가 동의할 경우 전자약식절차를 허용(제3조). 약식절차의 전자화가 확대되면 국민의 권익 증진에도 기여할 것.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면, 전자약식절차가 증가할 가능성이 큼. 즉결심판절차 중 불개정심판의 경우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3. 증인의 법정 진술 관련
- 원격영상재판으로 증인신문을 하더라도 기술적 수단을 통하여 교호신문을 할 수 있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님. 오히려 출석이 어려운 증인에 대하여 원격으로라도 신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을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음. 다만 법관이 증언의 증명력을 판단하기 위하여 비진술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될 수 있으며, 증인이 위증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2021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제2항은 여전히 증인이 중계시설에 출석할 것을 요구함.
■ 포스트코로나 형사사법의 방향과 형사정책적 대안
○ 수사절차 개선 방안
1. 대물적 대응방안
- 온라인 고소・고발의 허용
수사절차의 비대면화・전자화・원격화 논의 이전에, 수사의 개시를 구하는 고소・고발장의 접수나 그 취소 과정에 있어서도 온라인을 통한 처리가 가능하도록 고려되어야 할 필요도 있음. 이를 위해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고소・고발장을 포함시키는 한편, 온라인 서류 제출에 필요한 신원 확인을 위한 기술의 도입을 제안.
- 영장의 전자적 제시 구체화
2021년 9월,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영장의 전자적 제시가 가능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아직까지 영장을 전자적으로 발부받는 절차와 방법 그리고 이에 대한 법적근거가 존재하지 않음. 따라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 압수・수색영장 등을 전자적으로 신청, 청구 및 발부, 반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이를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 반영할 것을 제안. 또한 전자영장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기술도 개발하여 도입할 필요도 있음.
- 디지털증거 온라인 송치제도 도입
디지털 증거의 송치는 여전히 물리적인 저장장치에 담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산망을 통해 디지털 형태의 증거를 송치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제안함.
- 전화조사 자동녹음을 통한 수사보고서 생성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통해 조사를 한 경우 그 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고 음성인식(STT)을 통해 텍스트로 변환되도록 하고, 이후 수사관이나 민원인이 열람・수정을 거쳐 수사보고서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함.
2. 대인적 대응방안
- 원격화상조사 도입
원격화상조사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현재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나 형사사법포털에 화상조사 기능을 포함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필요 있음. 또한 범죄의 유형이나 사건의 성격상 비대면 조사가 불가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면밀히 검토하여 화상조사 대상을 분류하는 작업을 할 것을 제안.
- 구속전 피의자 온라인 심문 도입
수사기관과 법원은 감염병 감염으로 인한 수사업무 중단을 최소화하면서도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사기관과 법원에 각각 전용공간을 마련하여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 이를 위해 각 수사기관별 훈령이나 예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함.
- 수사단계에서 구속대체용 전자장치 도입
피의자가 주거부정 등의 사유로 인하여 구속이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감염병 확산 우려 등으로 구금이 어려운 경우, 전자장치를 착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함. 이를 위해서 「형사소송법」에 구속전 피의자 심문제도(제201조의2)에 구속대체용으로 전자장치 부착을 신청하는 제도 및 전자장치부착법에 부착 대상자에 대한 조항도 개정이 필요함(제5조 등).
- 유치인 비대면 접견, 진료 및 신체검사 실시
경찰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 감염병과 관련하여 유치인에게 변호인접견, 진료, 면회 및 신체검사를 비대면・원격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 특히 신체수색에 있어서 현재처럼 접촉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휴대형 금속탐지기 등과 같은 기기를 활용하여 비접촉으로 검사하는 방안을 제안.
- 원격 현장감식 플랫폼 개발
온라인 현장감식 플랫폼을 제작하여 최소한의 전문가만 현장에 임장하고, 여러 전문가들과 기타 수사관들은 온라인에서 현장 상황에 대응한다면 현장 훼손을 최소화하고 증거물의 유실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됨. 이를 위해 경찰청 훈령인 「과학수사 기본규칙」에 온라인 현장감식 플랫폼 운영에 관한 근거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
- 비접촉식 지문 채취 기능 도입수사기관은 접촉식이 아닌 비접촉식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 우선, 접촉식 시스템을 사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상상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과학수사에서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는 지문 분석을 고성능 3D 비접촉지문채취 기술을 취함으로써, 접촉식 지문채취의 발생가능한 오류와 왜곡현상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 나아가 지문인식 시스템을 이용하여 모바일을 이용하여 지문대조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하여 불심검문(제3조)을 할 때 신분증의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도 거동수상자의 지문을 디지털기기로 접촉 없이 스캐닝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임.
○ 재판절차 개선 방안
1. 취약계층 보호 방안
- 비대면 재판이 활성화되면 토지관할의 의미가 약화될 것이므로, 온라인재판의 경우 관련사건의 병합심리를 원칙으로 할 수 있음. 아울러 정보취약자에 대한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할 것. 재판의 원활한 진행과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온라인 재판에 대한 국선 보조인 제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음.
2. 공판에서 비대면 절차의 확대
- 증인 신문이나 공판준비기일 외에도 공판기일에 피고인은 물론 검사나 변호사도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비대면 절차를 전면 확대할 필요 잇음. 이를 위하여 「형사소송법」상의 출석의 개념과 절차규정들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함.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의 증인에 대한 비대면 신문은 자신의 거소 등에서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하여 공판에 참여하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됨.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 증인신문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며, 다만 이를 위하여 동일성 확인이나 선서 방법 등에 대하여 기술적 수단이 개발・도입되어야 함. 아울러 증인 등에게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할 필요성 제안.
- 형사재판절차의 지연으로 피고인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할 수도 있음. 이는 비대면 형사재판절차의 확립으로 해결가능. 필요시 재택구속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음
- 우리 「형사소송법」이 증인신문절차에서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원격영상재판 방식에 의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피고인의 방어권 등에 대한 다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을 포함한 다른 재판관계인 또한 인터넷 등을 이용한 접속에 의하여 출석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규범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임. 형사재판에서는 무죄추정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이 더욱 강조되므로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절차와 근거 법률을 마련해야 함. 또한 공개주의와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모든 공판 참여자의 정보기기에서 영상과 음성이 녹화・녹음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하고, 이러한 의무의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제재규정을 마련해야 함.
- 불출석심판은 불개정심판과 달리 반드시 공개된 법정에서 진행되어야 함. 그러나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비대면 방식으로 심판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므로, 불개정심판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심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 다만 원격영상재판은 재판관계인이 중계장치가 갖추어진 원격지의 다른 ‘법정’에 출석하는 것이어서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의 개정이 필요.
3. 재판절차의 전자화 전망
- 절차의 적법한 준수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형사재판의 특성상 재판절차에 대한 보안 문제가 완벽하게 대비되지 않는다면 이는 절차의 위법성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음. 일반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경우 보안에 대하여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
- 비진술증거와 관련하여 실감형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증강현실 또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원격협업 등 더 높은 기술적 수단이 필요함. 이러한 기술을 통해 구두주의 및 직접주의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비진술증거 관련 우려나, 공개주의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재판 방청 관련 우려 등도 해결가능. 오히려 이러한 기술적 수단들은 오히려 증언의 증명력 판단을 위하여 비진술증거를 더 명확하게 확인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음.
- 현재까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본인 인증과 식별 기술은 패스워드, 실시간 송부된 인증번호의 입력, 공인인증서 등을 들 수 있음.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접속한 사람이 재판관계인과 동일인이라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님.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생체인식 기술을 접목해야 함.
- 더 나아가 정보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경우 방어권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재판절차가 도입되더라도 전자적 정보접근성이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요구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