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직권남용죄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폭증하고 있고 그 죄의 성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연감」(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사건 중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2016년에 검찰에 접수된 사건(각화된 사건 포함)은 4,586건이었으나, 2017년 이후에는 9,188건(2017년), 13,738건(2018년), 16,880건(2019년), 16,167건(2020년)으로 급증하고 있다. 반면에 그에 대한 기소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에는 그 기소율은 0.52%, 2017년은 0.31%, 2018년은 0.39%, 2019년에는 0.23%, 2020년에는 0.14%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이후 기소된 이전 정부의 주요 고위 공직자들의 ‘직권남용죄’에 대한 무죄판결도 다수 나오고 있는 상황에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직권남용죄의 발생 및 처리 실태를 파악하고, 지금까지 판례를 통해 형성되어 온 직권남용죄의 법리와 그에 대한 해석론에 관한 상세한 검토를 수행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공무원의 불법행위(직권남용)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기하면서도 동시에 공무원의 직무활동에 대하여 과도한 국가 형벌권 발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직권남용죄 법리에 관한 입법론적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우리 판례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직권남용’(ⓐ 일반적 직무권한의 존재 + ⓑ 직무상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외관의 존재 + ⓒ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남용행위)), ② ‘의무없는 일의 강요 또는 권리행사 방해’와 그 결과 발생, 그리고 ③ 인과관계(①과 ② 사이)가 있어야 한다고 하고, 이를 각각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특히 직권남용죄의 객관적 성립요건 가운데 ‘직권남용’에 대한 법원의 제한적 해석(직권남용과 지위이용 불법행위 구별)을 둘러싸고, 이와 같은 판례 이론에 따르면 “실질적 불법과 비난가능성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이는 국가권력 행사에 있어서 형평에 반하고 청렴하고 공평한 새로운 공직사회 문화 발전을 저해하여 결국 국민의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 인식에 기반하여 판례 법리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직권남용죄 성립 요건에 대하여 확대 해석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들이 주장되고 있다. 또 다른 측에서는 법치주의 원리를 강조하여 – 판례와 같이 또는 판례보다 더 엄격하게 - 직권남용죄의 엄격한 적용과 해석을 주문하고 있다.
직권남용죄에 관한 판례의 법리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적 시각은, 기본적으로,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묵인되어 온 (또는 향후 묵인될 수 있는) 공무원의 불법적인 권한행사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에 기반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권교체 이후 정치권 인사나 공무원 등에 대한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는 우려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형법 제123조가 떠안고 있는 “이중적 과제”(조기영, 위의 글(직권남용의 개정방향), 78면에 원용)는 – 해석론이 아닌 – 입법적 노력으로 해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법원의 법리에 비판적인 해석론은 전개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에 대하여도 의문이 없는 듯하다.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직권남용죄 적용 확대를 위한 해석론과 입법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반대의견(재판관 권성)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인 “‘직권남용’과 ‘의무’는 그 의미가 모호하고 광범위하며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이른바 정권교체의 경우에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거나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 데에 이용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직권남용죄 규정의 적용 사례가 매우 적은 주요 국가(일본, 독일, 미국)의 운영 실태를 보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러한 우려와는 별개로 -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을 구체화하는 입법노력 요구나 “실질적 불법과 비난가능성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는 행위”(특히, 공무원의 지위이용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방안 마련의 요구에는 답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입법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사 안> 형법
형법 제123조(직권, 지위남용) ①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무원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지위를 이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실질적 불법과 비난가능성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을 메꿀 수 있도록, 지위 이용행위를 처벌의 범위에 포함시키되, 위계 또는 위력을 수단으로 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일반적 직무권한 없이 이루어지는 지위 이용행위의 성립범위를 다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일반적 직무권한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직권 남용행위)에 한하여 미수범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처벌 범위 확장도 다소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입법을 통해 공무원의 직권남용 및 불법적인 직권이용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기하면서도 동시에 공무원의 직무활동에 대하여 과도한 국가 형벌권 발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일부 행정법령의 경우 형법상의 직권남용죄 규정과 동일한(또는 유사한) 형태의 직권남용행위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들 규정 가운데, 형법상의 직권남용죄 규정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별도의 규정 필요성이 없는 경우나 불합리한 경우에는 당해 규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즉, 국가재정법 제102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적 내용은 –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만 있으면 성립하기 때문에 범죄 기수시기가 앞당겨지는 효과는 있지만 이 경우는 현실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고 - 형법상 직권남용죄(제123조)로 의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법정형도 형법상 직권남용죄(제123조)와 동일하기 때문에, 동 규정을 별도로 둘 이유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 규정의 적용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구 공정거래법’상의 직권남용죄 규정(구법 제69조)의 경우에도 삭제된 바 있다(2020년 법개정). 그리고 주민등록법의 경우는 -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 등과 같은 결과를 규정하지 않고 - “직권을 남용”하면 바로 범죄가 성립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38조), 경찰관 직무집행법(제12조)과의 정합성을 고려하면 그 결과(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경우” 등)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주민등록법 제38조가 그 처벌에 대하여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2조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제29조)의 경우에는 공직선거법(제12조)이나 국민투표법(제104조)과의 정합성을 고려하면 법정형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유사한 투표업무와 관련한 직권남용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