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호사윤리를 둘러싼 쟁점
피의자․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신뢰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종종 이러한 신뢰관계는 한편으로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의뢰인에게 부담하는 의무와 다른 한편으로 변호인이 공인으로서 부담하게 되는 의무 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의뢰인에게 부담하는 성실의무 및 비밀유지의무 등과 공인으로서의 지위에서 부담하는 의무 간의 갈등상황이 문제가 된다. 또한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당사자주의적 소송구조에서의 무기평등의 원칙에 따라 사법접근성이 현저하게 곤란한 사람들에 대한 당연한 사법복지적인 지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지원을 국가의 영역에만 맡겨둘 것인가의 문제도 또한 변호인의 직업윤리에 관한 논의에서 배제될 수 없는 쟁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이해충돌상황을 어떻게 규제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된다.
그런데 이러한 쟁점들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도 변호사 및 변호사회가 국가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지 그리고 자치규범을 통하여 얼마나 자율적으로 운영되는지의 여부이며 그에 따라 문제해결의 양상도 달라진다. 즉 변호사 및 변호사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강하면 강할수록 국가로부터의 소극적 방어권으로서의 피의자․피고인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쟁점들에 대하여 주요 외국의 입법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 주요 외국의 변호사윤리와 형사책임
가. 변호사의 지위
각국의 변호사제도에는 변호사제도 자체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공통점이 있다. 변호사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직무상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변호사협회를 구성하여 자율적으로 직무상 윤리기준을 마련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법제도가 그러하듯이 각국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차이점이 존재하고, 변호사의 지위와 의무 등도 각국의 사법제도에 따라 강조되는 측면에 차이가 있고 이것은 의무위반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로 연결된다.
당사자주의에 기초를 둔 미국의 사법제도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인 당사자의 주장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강조된다.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서도 변호사에게 진실의무가 부여되지만, 그 진실의무는 당사자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하는데 중점이 향해진 소극적 형태를 취하게 된다.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서 양 당사자에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증거개시(discovery)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변호사가 소송절차에서 당사자에게 불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고지할 의무는 없다.
전통적으로 직권주의 소송구조가 강조되었던 독일에서는 변호사에게 의뢰인의 보호자 지위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이라는 지위가 강조되는데, 변호사에게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법의 기본정신을 구현해야 하는 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가 강조된다. 하지만 적극적 사법기관의 지위를 가지는 법관과 달리 변호사에게는 재판기능의 정상적 작동을 방해하지 않을 소극적 사법기관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고, 독일에서도 변호사에게 소송절차에서 의뢰인인 당사자에게 불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에서는 변호사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고, 징계나 행정벌을 받지 않아야 하며, 개인파산을 한 적이 없어야 한다. 도덕성에 대한 심사기관은 지방변호사회이고, 이러한 도덕성의 기준은 변호사명부에 등록할 때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직무수행 기간 내내 적용되므로 변호사는 그 직무 중에 ‘신망 있는 사람(l'homme d'honneur)’으로서 행동하여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일본에서는 변호사의 지위를 3가지로 설명하는데, 일본의 변호사는 첫째 의뢰인의 대리인적 지위, 둘째, 의뢰인의 보호자적 지위, 셋째, 공익적 지위를 가진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대리인으로서 역할은 법과 규정에서 정한 범위에서 허용된다.
나.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신뢰를 구축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정보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업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비밀유지의무는 변호사제도의 본질과 관련되므로 각국은 변호사윤리로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중요하게 규정하면서도,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비밀유지의무와 관련하여 변호사의 증언거부권이 일종의 증거배제법칙으로 인정되는데, 증언거부권의 주체를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으로 본다. 따라서 증언거부권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대리관계가 정당하게 종료된 경우나 의뢰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인정되며, 변호사에게는 원칙적으로 사망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증언거부권을 원용할 의무가 있다. 증언거부권은 의뢰인만이 포기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의 예외가 인정되는데, 미국 변호사협회가 제정한 「사법직무 모범준칙(ABA 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 ABA 모범준칙)」에서 비밀유지의무의 예외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의뢰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대리행위의 효율적 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묵시적 공개권,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상 위해와 관련된 경우, 중대한 재산상 손해를 경감시키거나 방지하는 경우, 직무수행에 있어서 의뢰인과 분쟁이 발생한 경우, 법률윤리에 관한 자문을 구하는데 필요한 경우, 그리고 법률에 규정되거나 법원의 명령이 있는 경우이다.
독일의 경우는 독일 「변호사법」과 독일 「변호사직무규칙」 모두에 비밀유지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독일에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비밀누설의 금지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보호의무까지 포함하여, 변호사 업무수행의 모든 보조자에게도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된다. 그리고 변호사가 서비스제공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밀유지를 침해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서면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 경우 변호사는 서비스이용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되는 사실을 서비스제공자에게 공개할 수 있다. 특히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형성하는 비밀유지의무는 형사절차상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독일 「형사소송법」에서 변호사의 증언거부권(독일 「형사소송법」 제53조 제1항 제3호) 및 증언거부권 대상물의 압수금지(독일 「형사소송법」 제97조), 증언거부권자의 통신접속정보 수집제한(독일 「형사소송법」 제100g조 제4항), 업무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비밀보유자에 대한 수사의 제한(독일 「형사소송법」 제160a조) 등으로 보호되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도 비밀유지의무의 예외가 인정되는데, 첫째, 법률에 의한 경우로서 독일 「형법」 제138조의 범죄불고지죄가 존재한다. 변호사가 내란죄, 살인죄 등 중범죄의 계획이나 실행에 대한 정보를 가진 경우에 그것을 막을 수 있었던 시점에 관청이나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범죄불고지죄가 성립한다. 둘째, 비밀의 누설에 대해서 의뢰인이 동의한 경우이다. 다만 의뢰인이 비밀의 누설에 동의하더라도 그 비밀이 제3자의 비밀에도 해당하면 변호사는 비밀유지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셋째, 이익형량의 원칙이나 정당한 이익의 보호에 따라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독일 「변호사직무규칙」에서는 사회적상당성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여, 변호사사무소의 업무처리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되는 관습적인 행동과 객관적으로 일치한다면 비밀의 누설이 허용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프랑스 「변호사직무내부규칙」에서 변호사는 법원에서 필요한 변호 활동이나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거나 권한을 받아 확인․공개하는 사건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도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의뢰인은 업무상 비밀대화 내용을 자유로이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에서는 프랑스 「변호사법」에 규정된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의 보호를 전문에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유지가 형사절차의 기본이념으로 규정되었다고 평가된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에서는 변호사에게 예심수사단계 및 공판단계의 증언에 대하여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예심수사단계는 제109조 제1항, 중죄법원의 공판단계는 제326조 제2항, 경죄법원의 공판단계는 제437조 제1항), 변호사 사무실 또는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법경찰관은 할 수 없고 사법관(magistrat)만이 할 수 있으며, 변호사회 회장(bâtonnier)이나 그 대리인이 참여하여야 하고, 참여한 변호사회 회장 등은 압수수색의 대상인 물건 또는 서류가 직무상 비밀에 의한 보호의 대상으로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현장에서 즉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프랑스 「형사소송법」 제56-1조, 제96조). 그리고 직무상 비밀로 보호되는 방어권 행사와 관련한 변호인과의 통신 내용은 녹취할 수 없고 그 녹취서는 무효이며(프랑스 「형사소송법」 제100-5조 제3항), 변호인의 사무소 또는 주거에 접속하는 전화회선에 대하여는 예심수사판사가 변호사회 회장에게 통지한 경우가 아니면 감청할 수 없다(프랑스 「형사소송법」 제100-7조 제2항).
프랑스에서는 다른 한편으로 변호사가 설명된 상황을 평가할 수 없거나 조언․소송행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결정할 수 없거나 의뢰인을 식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뢰인에게 해결책을 조언하지 않도록 하는 ‘신중함의 의무(Devoir de prudence)’가 존재한다. 변호사가 범죄행위에 가담한다면 당연히 공범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함의 의무에 따라 의뢰인을 설득하고 설득이 안 되면 사건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신중함의 의무가 변호사에게 존재한다고 하여도 의뢰인이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거나 범죄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변호사에게 의뢰인을 신고해야 할 의무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 프랑스에서 변호사에게는 직무상 비밀유지 원칙에 의하여 프랑스 「형법」 제434-1조의 범죄불고지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을 의뢰인의 비밀에 한정하지 않고 널리 제3자의 비밀까지 포함하고 있으며(일본 「변호사법」 제23조), 비밀유지의무는 일본 「형법」 제134조와 일본 「형사소송법」 제105조 단서 및 제149조 단서에서도 규정되어 있다. 다만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법률에 규정이 있거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정당한 이유는 의뢰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 변호인의 자기방어가 필요한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을 말한다.
변호사가 이와 같은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면, 변호사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는 「ABA 모범준칙」에 규정된 변호사의 의무를 위반하는 모든 행위는 징계대상이 되는데, 위반행위는 기수뿐만 아니라 미수도 포함하며, 타인에게 의무를 위반하도록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 타인의 행위를 이용하여 준칙을 위반하는 행위도 징계의 대상이 된다.
독일의 경우는 독일 「변호사법」의 징계 이외에 독일 「형법」상의 개인비밀침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독일 「형법」 제203조 제1항 제3호에는 변호사가 자신에게 위탁되었거나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권한 없이 누설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하여 개인비밀침해죄가 규정되어 있다. 비밀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독일 「변호사법」의 징계에는 고의의 의무위반뿐만 아니라 과실의 의무위반도 포함되는 반면, 독일 「형법」의 개인비밀침해죄는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도 변호사가 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원칙, 규칙 및 의무 중 어느 하나를 위반하더라도 징계사유에 해당된다(프랑스 「변호사직무내부규칙」 제1.4조). 그리고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한 경우는 비밀누설죄(프랑스 「형법」 제226-13조)로 처벌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변호사가 비밀을 누설한 경우는 징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 「형법」 제134조에 규정된 비밀누설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다. 변호사의 이해충돌 회피의무
의뢰인들 사이에 또는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리하거나 조언하는 것은 금지된다. 미국의 경우는 미국 변호사협회의 「ABA 모범준칙」 제1.8.조는 이해충돌 상황을 10가지로 구체화하여 규정하고 있다.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변호사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독일의 경우도 독일 변호사법과 독일 「변호사직무규칙」에서 이해 충돌되는 대리행위나 조언을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 「형사소송법」에서도 이해충돌 회피의무의 보장을 위하여 동시변호의 금지(독일 「형사소송법」 제146조)를 규정하고 있다. 동시변호의 금지는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되어 수사절차에서도 동시변호는 금지되며, 동시변호의 금지에 해당함에도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실이 밝혀지면 즉시 변호인은 해임된다. 특히 독일에서 변호사가 이해충돌 회피의무를 위반하는 경우를 변호사 징계의 대상 이외에 「형법」상 당사자배반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 「변호사직무규칙」 제3조 제4항에서는 변호사가 이해충돌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의뢰인에게 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해가 충돌되는 사안의 모든 수임사무를 종료하도록 하고 있다. 즉 변호사가 이해 충돌되는 당사자 중 유리한 쪽의 의뢰사건을 계속 진행하는 선택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변호사가 이해충돌을 인지한 후에도 이해가 충돌되는 사건의 수임을 종료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과실의 이해충돌 대리행위가 그 시점부터 고의의 행위로 전환되어 독일 「형법」 제356조(당사자배반죄)가 적용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변호사는 당사자들의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익충돌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직무상 비밀유지 위반의 위험이 있는 경우라면 관련된 모든 의뢰인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아야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입수한 비밀정보를 누설할 위험이 있는 경우나 그 사건의 변호사로서 지득한 내용이 새로운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의뢰인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도 변호사가 복수의 의뢰인이 있고 상호간 이해 대립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수임한 후 의뢰인 상호간에 현실적 이해 대립이 발생한 때에는 각각에 대해 신속하게 사정을 알리고 사임, 그 밖에 사안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일본 「변호사직무기본규정」 제42조)하여, 이해관계 대립이 현실적으로 일어나면 사임이나 그 밖의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한다.
라. 변호사의 객관의무(진실의무)
적법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은 형사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지위와도 연결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보호자 지위와 사법기관의 지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데, 의뢰인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수행하는 지위에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의 직무상 의무로서 의뢰인의 비밀유지의무와 이해충돌 회피의무 이외에 객관의무(진실의무)가 요청된다. 미국의 변호사윤리와 프랑스의 변호사윤리에서는 변호사에게 객관의무(진실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는 규정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독일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기본의무로서 ‘거짓의 금지’(Verbot der Lüge)를 의미하는 ‘객관의무’(Sachlichkeitsgebot)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 변호사의 사법기관으로의 지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측면이 변호사의 객관의무 혹은 진실의무이다.
독일 「변호사법」 제43a조 제3항에서는 “변호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객관적이지 않게 행동하여서는 아니 되는데, 특히 다른 소송참여자나 소송절차가 유발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를 의식적으로 유포하거나 그로부터 파생되는 표현을 하는 행동은 객관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허위의 유포는 의식적이어야 하는데, 의식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독일에서 변호사에게 객관의무가 존재하더라도, (사법기관이나 수사기관이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므로) 변호사가 비록 자신의 침묵으로 인해서 진실이 왜곡되더라도 의뢰인을 유책하게 하는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허용되며, 불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거나 의뢰인의 의심스러운 정보를 규명할 의무가 변호사에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한편 독일에서는 변호사의 객관의무와 관련하여 변호인의 제척 제도가 독일 「형사소송법」 제138a조에 규정되어 있다.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변호인의 제척은 변호사의 형사절차 참여의 금지를 의미하게 된다. 변호인인 변호사가 ①조사대상인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하거나 ②구금 중인 피의자․피고인과의 접견을 남용하여 범죄를 행하거나 수감시설의 안전을 상당히 위태롭게 하거나 ③피의자․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는 사안에서 데이터장물죄, 증거인멸죄, 범인은닉죄, 장물죄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한 경우에 공판개시를 정당화할 정도의 혐의가 있다면, 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참여가 배제된다.
일본에서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에게 진실의무가 존재하는지, 즉 의뢰인이 진범임을 알면서도 무죄를 변론해도 되는지 혹은 의뢰인이 진범이 아님을 알면서도 의뢰인의 의견을 존중해 유죄를 변론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다만 진실의무 긍정설의 경우도 형사절차에서 진실규명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는 적극적 진실의무 긍정설과 법원의 진실규명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면 족하다는 소극적 진실의무 긍정설로 나뉜다.
마. 자금세탁 방지의무
독일의 경우는 의뢰인의 위임에 따라서 직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도 독일 「자금세탁법」상 자금세탁 방지의 의무자에 포함된다. 독일 「자금세탁법」의 핵심 내용은 의뢰인의 자산에 의심이 가는 경우 변호사를 포함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의뢰인에 대한 신원확인의무와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실소유자가 의뢰인과 다소 경제적으로 차이가 있는 경우에 신원확인의무, 배경설명, 비즈니스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그리고 의뢰인 또는 실소유자에게 정치적으로 노출된 사람이 중요한지를 확인하는 것은 독일의 변호사에게 일반적인 주의의무에 속한다. 변호사의 자금세탁 방지의무 이행에 대한 감독기관은 해당 지방변호사협회이고, 변호사가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나아가 독일 「형법」 제261조에는 자금세탁죄가 규정되어 있어,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형사처벌 된다. 다만 독일 「형법」 제261조의 자금세탁죄는 형사변호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위법행위에 기인한 대상물을 중과실로 취득하거나 취득 당시 그 대상물의 출처를 알면서 보관하거나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사용하더라도 자금세탁죄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독일 「형법」 제261조 제6항 제1문), 형사변호인으로 자신의 활동에 대한 보수를 수령한 경우에, 보수의 수령 시점에 보수의 출처를 명확히 안 경우에만 고의가 인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독일 「형법」 제261조 제1항 제3문).
프랑스의 경우도 변호사에게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과 관련한 의무가 부여된다. 변호사는 고객의 자금세탁에 대한 주의의무가 부과되어 있어, 고객에게 문의하고 일정한 경우는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여야 한다. 또한 고객이 자금세탁을 하는 혐의가 있음을 확인한 경우는 불법금융거래 방지기관인 ‘TRACFIN’(Traitement du renseignement et action contre les circuits financiers clandestins, 불법금융거래에 대응하는 정보와 활동의 조치)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바. 변호사의 징계
미국에서 변호사의 의무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은 일반적으로 「ABA 모범준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ABA 모범준칙」에 규정된 변호사의 의무 등 준칙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는 징계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각 주의 대법원이 윤리준칙을 공표하고 변호사 징계업무를 감독한다. 징계절차는 징계에 관한 소장(complaint)이 접수되면서 시작되는데, 접수는 보통 주 법원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주 변호사협회 고충처리위원회(grievance committee)가 담당한다. 징계 청구가 기각되지 않고 청문 절차가 개시되면 징계가 청구된 변호사는 절차상 권리를 적법하게 보장받지만,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징계절차에는 적용되지 않고 입증책임은 징계를 청구하는 당사자 측에서 부담하며 입증의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보다는 약한 정도인 증거의 우위성을 요구한다. 징계처분에는 공개적 처분으로서 제명, 직무정지, 견책이 있고 비공개적 징계처분으로 경고가 있으며, 한편 일정한 조건하에서 변호사의 직무수행을 허용하는 조건부 직무수행은 단독으로 부과될 수도 있고 견책, 경고 처분과 동시에 또는 자격정지 처분에 이어서 부과될 수도 있다. 징계처분에 불복하는 경우는 주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ABA 모범준칙」 징계기준의 특징은 첫째, 일반적 고려요소와 가중․감경요소를 구분하여 징계기준을 정하며, 둘째, 변호사의 의무위반을 의뢰인에 대한 의무위반, 공공에 대한 의무위반, 사법제도에 대한 의무위반, 기타 법률 전문가로서의 의무위반, 과거 징계처분에 대한 의무위반 등 5가지로 구분하여 별도의 징계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독일에서 변호사 징계의 첫 번째 특징은 변호사 징계의 근거가 모두 법령(Ordnung)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는 변호사법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직무의무를 규정한 「변호사직무규칙」까지도 법령으로 제정되어 있다. 둘째, 징계의 주체가 원칙적으로 사법기관이라는 점이다. 예외적으로 독일 변호사협회가 징계의 주체가 되는 경한 의무위반의 경우를 제외하고, 변호사 징계는 원칙적으로 변호사법원이 담당한다. 비록 변호사법원의 법관은 명예법관으로서 지방변호사협회의 집행부가 주 법무부에 추천한 변호사 중에서 주 법무부가 임명하지만, 변호사법원의 명예법관은 최소 5년 임기가 보장되고 연임 가능하며 일반 직업법관과 동등한 지위가 인정된다. 셋째, 독일에서 변호사 징계절차는 독일 「법원조직법」과 독일 「형사소송법」이 준용되어 형사소송절차에 준하여 진행된다. 검사가 징계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면, 변호사법원이 공판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변호사법원은 수명법관이나 수탁판사를 이용하여 증거조사를 하고, 유무죄의 실체재판이나 절차정지의 형식재판을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불복수단인 상소제도가 적용되어, 변호사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고등변호사법원에 항소가 가능하고, 고등변호사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연방대법원에 상고가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에 대하여 감독권을 가지고 있고,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변호사에 대하여는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방변호사회는 항소법원의 통제하에 구성원들에 대해 법관이 된다고 평가된다. 징계절차는 3심의 재판절차의 형태를 취하는데, 제1심의 절차는 과거에 지방변호사회 내부 기관인 이사회에서 담당하였으나 현재는 항소법원이 관할하여 지역에 설립된 별도의 징계위원회가 담당한다. 제2심의 관할권은 항소법원에 있는데, 제1심 절차를 담당한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불복한 변호사는 직업 법관에 의해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항소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변호사는 직무상의 규범을 위반한 행위뿐 아니라 성실성․명예․품위에 반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징계를 받는데, 직무상 행위뿐 아니라 직무 이외의 사생활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의 사적인 행동은 변호사 집단 전체에 영향을 미쳐 이미지를 손상하므로 프랑스에서는 변호사의 사생활도 징계의 대상으로 본다. 그 외에 프랑스의 변호사가 소송절차규정을 위반하는 것도 징계의 대상이 된다(프랑스 「변호사법」 제25-1조). 만약 변호사가 소송절차에서 구두나 행동 또는 협박, 공개되지 아니한 문서나 영상 기타 물건의 송부에 의하여 사법관, 배심원 기타 직무로 또는 직무수행의 기회에 재판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자에 대하여 그 사람의 권위 또는 그 직무의 권위를 침해하는 때에는 프랑스 「형법」 제434-24조가 성립한다.
일본에서는 변호사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경우, 단위(지방)변호사회나 일본변호사연합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를 징계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단위(지방)변호사회의 질서와 신용을 해하는 경우와 그 밖에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잃는 비행의 경우도 징계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일본 「변호사법」 제56조). 품위를 잃는 비행의 대표적인 예로는 부모가 운용하는 점포 내부에 법률사무소를 둔 행위, 음주 후 과격한 행위, 음주측정의 거부, 의뢰인에게 고소진행 절차에 대한 허위 보고, 국선 변호인이 임의 보수를 수령한 경우, 위임사항의 범위를 넘어 합의한 경우 등이 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청구가 접수되면 단위(지방)변호사회의 기강위원회에서 먼저 사안을 조사하고, 기강위원회가 단위(지방)변호사회의 징계위원회에 사안의 심사를 요구함이 상당하다는 결정을 내리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심사한다. 단위(지방)변호사회의 기강위원회가 징계에 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징계청구권자는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기강위원회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기강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징계청구권자는 단위(지방)변호사회가 상당한 기간 내에 징계절차를 끝내지 않거나 단위(지방)변호사회가 내린 징계처분이 부당히 경한 경우도 일본변호사연합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3. 변호사윤리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개선방안
주요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한국 만큼 법무부장관의 감독권이 강력한 입법례는 찾기 그리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변호사협회의 독립성․중립성 그리고 자치권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가의 감독권이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변호사 및 변호사회에 대한 신뢰의 부족에 근거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며 그러한 의미에서 과거의 폐단(전관예우, 법조브로커, 법조비리 등)에 대한 자정노력이 무엇보다도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같이 법무부장관의 일체의 감독권을 폐지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법조윤리협의회의 권한 중 징계개시 신청과 수사의뢰권을 지방변호사회에 환원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권한 예컨대 ①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 자료 등 제출요구(제89조의4), ②특정변호사의 수임 자료 등 제출요구(제89조의5), ③법무법인 등에서의 퇴직공직자 활동내역 등 제출요구(제89조의6), ④수임사건 처리 결과 등의 통지(제89조의7) 그리고 ⑤국회에 대한 보고의무(제89조의9) 등의 업무를 변호사회에 일임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변호사 및 변호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감독권은 필요하다면 당사자주의 형사소송구조에서 타방 당사자인 검사의 감독기관인 법무부에 그러한 감독권을 부여하기 보다는 독일, 미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과 같이 누구보다도 중립적인 지위에서 재판하여야 하는 법원에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변호사 및 변호사회의 독립성․중립성 그리고 자치권의 문제는 국선변호인제도의 독립성과 중립성과도 관련이 있다. 즉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무엇보다도 국선변호인제도의 주관을 국가가 아니라 변호사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현재 법원 및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자신들이 작성한 국선변호인명부 중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있는데 이를 변호사회 회원명부 중에서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명부작성 시의 자의성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현행법 하에서 법원 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혹은 새로운 비영리 특수목적법인이든 기관 “전속” 국선변호인제도로 운영하는 것을 지양하고 앞서 첫 번째 개선방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방안이 특정 기관에의 종속성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한변호사협회의 프로보노지원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변호사의 의무에 기초한 국선변호인제도에서는 국선변호인으로서 활동하는 변호사에 대한 평가도 변호사회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관성이 있으며 그런 만큼 위법행위나 변호사윤리 위반행위에 대한 징계도 자율적으로 변호사회가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와 범죄관련성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에 의하여 보호되는 비밀에 대한 압수․수색의 문제, 자금세탁 의심거래의 신고의무 그리고 「이해충돌방지법」상의 신고의무와의 충돌이다.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의뢰인에 대하여 변호인이 부담하는 비밀유지의무를 넘어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업무상 비밀과 관련하여 변호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의뢰인에 대해서도 그 공개를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정립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업무상 비밀에 대한 압수․수색 그리고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 등으로부터 원칙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프랑스와 같이 압수․수색에 변호사협회의 장이나 그 대리를 참여시키고 압수․수색에 대하여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업무상 비밀인가의 여부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때에는 법관이 이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자금세탁 의심거래의 신고의무와 관련하여 변호사도 제3자의 재산관리에 대하여 법률적 조언을 하는 경우 금융회사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뢰인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의무는 법률에 규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변호사에게 의심거래 신고의무까지 부과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하는 것(특히 불고지죄(「특정금융정보법」 제4조, 제4조의2 그리고 제5조의2, 제7조, 제16조 그리고 제17조 등)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에 기반한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요 외국의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및 변호사회의 독립성․중립성 그리고 자치권에 기반하여 변호사회가 자율통제시스템(Compliance governance)을 마련하여 자율적으로 규율하도록 법률에 위임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에 정한 사적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제5조)와 고위공직자의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제8조) 등의 신고대상에 의뢰인의 성명 등 정보가 포함되는 경우 형사소송절차에서의(뿐만 아니라 모든 재판에서의) 변호인의 특수한 지위 그리고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신뢰관계의 핵심적 내용은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라는 점을 고려하여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에 의하여 보장되는 비밀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범죄로부터 유래하는 재산으로 수임료를 지급한 경우 이를 수수한 형사변호인이 형사처벌되는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현행법의 해석상 당연히 범죄수익등수수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직업적 특수성,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의뢰인과 변호인 간의 신뢰관계, 형사변호인 수임단계에서의 피의자․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 그리고 이러한 특수성, 신뢰관계 그리고 원칙 등이 보장되었을 때 비로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 범죄수익은닉․가장죄 또는 수수죄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피고인으로부터 형사변호의 의뢰를 받아 수임료를 수수한 사실만으로 강제수사의 대상이 되는 문제 등 형사소송절차에서의 변호인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물론 형사변호인이 수임료의 범죄적 출처에 대하여 명백한 인식을 가지고 의뢰인의 자금세탁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이러한 행위를 법질서가 인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임료의 범죄적인 출처에 대하여 명백한 인식이 있는 때에는 범죄수익등수수죄가 적용되어야 하지만 장물죄에 있어서 장물의 인식이나 정범의 위법성에 대한 공범의 인식처럼 단순히 미필적 인식만 있으면 처벌할 것이 아니라 확정적 인식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와 같이 합리적인 수준의 수임료를 수수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형사처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범죄혐의를 확정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내사나 혹은 범죄수익을 수수했는지의 여부에 관한 수사에서의 강제수사(특히 압수․수색)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변호사제도와 관련하여 형사절차의 주체에 따라 그리고 개별 법률에 따라 법률지원체계가 분산되어 운영되고 있어서 일반 법률소비자가 이를 개관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따라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일방적인 일원화는 법률지원서비스의 다양성을 침해함으로써 오히려 취약계층의 선택의 폭을 좁힐 위험이 있다. 또한 국선변호인제도와 관련하여 자유제한적 대인적 강제처분으로서 당사자에게 긴급한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상태라면 구속상태이든 체포상태이든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국선변호인제도의 대상을 체포피의자로 확대하여야 한다는 것은 많이 지적되어 온 사실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받은 피의자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또한 국선변호인제도가 실질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받은 때 혹은 체포 시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면서 동시에 국선변호인을 선정받을 수 있음을 고지할 필요가 있으며, 국선변호인을 일방적으로 법원이 선정하기 보다는 독일과 같이 우선적으로 피의자․피고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국선변호인선임청구를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허용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제도의 대상범죄도 성폭력범죄, 아동 및 장애인학대, 인신매매범죄 외에도 점차 살인범죄, 과실치사, 중상해로 인하여 장기적인 장애를 초래한 경우 그리고 재산범죄 중 피해액이 큰 경우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정하여 해당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필요적으로 선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피의자, 특히 지적 장애인 등인 경우 진술조력인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이것은 범죄피해자에게만 적용되는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전제조건인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상태라면 그것이 범죄피해자이든 피의자․피고인이든 차이가 없으므로 진술조력인제도를 피의자․피고인에게 확대하여야 한다.
지적 장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필요적 변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없이 재판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며 더 나아가서는 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법원의 관행은 수정되어야 한다.
전관예우라는 실체가 존재하든 혹은 단순히 사법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사회심리적인 의혹이든 당해 사건의 수사기관이나 법관이 공정하게 처리하기만 한다면 전관예우의 폐단은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전관예우의 궁극적인 책임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헌법」 제103조) 재판하지 않은 법관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만약 전관예우로 인하여 공정하지 않은 재판이 이루어졌다면 왜 3심제도 하에서 검증하여 보정되지 못했는가라는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재판에서의 법률적용의 문제는 확정된 사실에 따라 해당 사실을 포섭할 수 있는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예컨대 형사사건의 경우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유죄에 대한 법관의 확신은 제출된 증거에 따른 사실확정을 근거로 이루어지는데(이러한 사실의 확정과 심증형성의 과정이 완전히 자의적인 재량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심리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실확정과 심증형성은 내심의 과정이기 때문에 판결이유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작성하지 않는 이상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제에서 개선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첫째 변호사 및 변호사회의 독립성․중립성․자치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도입된 조치들에 대한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강화한다고 하여 효과적인 수단인지는 의문이며 변호사회의 공직퇴임변호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징계를 엄정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징계와 관련하여 단순히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징계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회가 명확한 징계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제3장 제2절 4. 라.)은 많은 참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징계의 엄정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징계절차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징계대상자의 권리보호뿐만 아니라 징계절차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변호사의 제척․회피․기피일 것이다. 따라서 제척․회피․기피사유를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사유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변호사법」 제29조의2가 공직퇴임공직자의 이른바 “몰래변론”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탈세목적 외에 변호사선임서 등을 제출하지 않는 행위 자체에 대한 과태료 규정이 필요하다. 여섯째 법원에서 재판업무와 상관없는 법관이 퇴임한 경우에도 전관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며 이와 관련하여 공직퇴임변호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정할 때에는 공직퇴임변호사의 범위와 제한되는 업무의 범위 등을 명확히 하여 공직퇴임변호사의 업무제한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일곱째 법관의 판례의 공정성에 대한 검증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판결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전관예우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제도는 일반공직자에게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형사소송절차의 특수성 및 소송관련자의 특수한 법적 지위에 근거한 「형사소송법」상 제척․회피․기피제도와 충돌한다. 즉 「형사소송법」상 제척․회피․기피사유는 「이해충돌방지법」과 상이할 뿐만 아니라 그 절차도 재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두 법률들 중 하나의 개정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법률적용에 있어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징계와 관련해서는 변호사회의 징계절차의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징계절차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관여를 제한하고 변호사협회가 징계절차를 주도함으로써 변호사회의 독립성․중립성 그리고 자치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둘째 법조윤리협의회의 현장조사 등에 불응한 때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잉조치라고 판단되며 과태료 부과처분은 삭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개시 청구나 「변호사법」 제97조의2에 정한 징계개시 신청권자의 징계개시 신청을 위한 조사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태료는 법조윤리협의회가 아니라 지방검찰청검사장이 부과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법조윤리협의회에 불복할 수도 없다는 점은 이미 “법조협의회의 법적 지위와 권한의 문제점”에서 언급하였다.
셋째 징계와 관련하여 단순히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징계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넷째 징계의 엄정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징계절차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징계대상자의 권리보호뿐만 아니라 징계절차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4. 변호사의 형사책임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단순한 대리인이 아니라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방어력을 보충해 주는 보조자이다. 이처럼 「형사소송법」의 역사를 변호권 확대의 역사라고도 하는 것과 같이 「형사소송법」의 발전 과정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확대되고 강화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변호인은 피고인ㆍ피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나 민사소송절차에서의 변호인과는 달리 형사절차에서의 변호인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적정절차의 추구를 목표로 하는 형사소송에 관여하고 있으므로 오로지 피고인ㆍ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그의 이익보호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변호사는 법적 지위와 그 범위 안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해서 성실하게 수임사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를 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뢰인의 위법행위에 동조하거나 협조해서는 아니 된다. 변호사는 진실과 정의에 구속된다. 변호사는 진실발견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소송당사자도 진실발견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의 형사책임 내지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의 책임이 문제되는 유형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변호사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의무위반과 관련하여 그 자체로 범죄를 구성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이다. 변호사의 변호행위에 관한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예컨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위반과 업무상비밀누설죄, 변호사의 진실의무위반과 범인도피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대한 규범 위반의 경우는 징계책임 이외에도 형사책임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변호사의 직무는 형사제재의 대상이 되기 쉬운 직무의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변호사의 형사처벌은 변호활동을 제한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그 적용에 있어 변호활동의 범위와 규범 위반의 한계 설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법 적용에 있어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형법」상 공모공동정범으로 구성하고자 했던 일본의 판례를 보더라도 변호사의 적극적인 변호활동과 변호사의 규범위반에 따른 형사제재의 영역은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다음은 「변호사법」에 규정한 의무규정과 변호사가 이에 대한 벌칙규정에 따른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이다. 이에 「변호사법」 위반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각 법률위반행위를 검토하였다. 「변호사법」 규정 방식에 따라 변호사를 고용한 비변호사만 처벌이 가능하고 변호사 아닌 자에 가공한 변호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 이는 다른 무자격 전문직에 대한 규제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그리고 변호사 명의대여의 경우 변호사와 명의를 차용한 변호사 아닌 자를 모두 처벌하는데, 사실관계에서 명의대여와 비변호사의 변호사 고용은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변호사가 변호사를 고용한 경우 변호사와 비변호사 모두 처벌하도록 「변호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은 형사절차에서 변호사의 의무위반 시 그 법적 효과에 대한 부분이 문제된다. 변호인의 불충분한 변호로 인해 변호인의 효과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경우 대부분 변호인의 ‘성실의무 위반’으로 보아 징계나 민사책임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변호권이 형사재판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나 「헌법」상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충분한 변호에 대한 징계나 민사적 해결을 넘어 「형사소송법」적 효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불충분한 변호를 유형화하면, ①‘법률과오’의 문제로서 변호인에게 법률전문가로서 기대되는 법률지식의 부족이나 무지, 직무태만 불성실 등에 의해서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유형으로서 성실의무 자체를 위반한 경우와 ②‘이익충돌’을 통해서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익충돌회피의무 위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성실의무 위반 등 형사변호인의 법률과오 내지 변호과오가 문제되는 경우에 그 유형이나 실질적 당사자 대등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공정한 형사절차를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새로운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거나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변호인의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다시 할 것을 명령하거나 형을 변경할 수 있는 미국의 판례 법리를 수용하기에는 미국과 한국의 「형사소송법」 체계와 소송구조에 차이가 있어 한계가 있다. 즉 미국의 판례 법리를 수용하기에는 한국의 「형사소송법」 체계와 소송구조에 차이가 있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실의무위반, 이익충돌의무위반 등으로 인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그 구제는 상소제도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