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목적 및 내용
본 연구서는 주로 외국에서 행해진 선행연구들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법무부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에 대한 정책제언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검토함에 있어 1)거주지 제한 정책의 효과, 2)거주지 제한 정책의 문제점, 3)거주지 제한 정책 헌법적 타당성, 4)델파이 조사기법을 통한 거주지 제한 정책 사전평가를 중요한 연구지점으로 삼았다.
2. 거주지 제한 정책의 효과
미국의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은 성범죄자의 아동밀집지역 내 거주를 제한함으로써 범죄 대상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어 범죄 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에 관한 다수의 선행연구를 분석해 본 결과 해당정책의 범죄억제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성범죄자가 의도적으로 학교, 보육시설과 같은 아동밀집지역 근처에 거주할 가능성은 적으며, 특정 지역 내 성범죄자 거주와 성범죄율 사이의 상관관계도 크지 않다.
② 성범죄자의 범죄 대상 탐색 장소와 범죄 실행 장소를 분석한 결과, 아동밀집지역에서 범죄 대상을 탐색하는 경우는 적으며, 범죄 대상을 아동밀집지역에서 선정할 경우라 할지라도 실제로 성범죄를 동일지역(아동밀집지역)에서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③ 미국의 특정 도시 또는 미국 전체 주를 대상으로 거주지 제한 정책 전후 성범죄 변화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거주지 제한 정책 전후 성인 대상 성범죄 또는 아동 대상 성범죄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정책 시행 이후 성범죄가 증가한 예도 있었다.
④ 거주지 제한 정책과 성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거주지 제한 정책은 성인대상 성범죄 재범뿐만 아니라 아동 대상 성범죄 재범에도 유의미한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 거주지 제한 정책의 문제점
거주지 제한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바탕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 거주지 제한 정책은 성범죄자의 거주 불안정 및 노숙자 문제를 초래한다. 미국 전역의 신상정보 등록 성범죄자 중 약 2~3%가 홈리스이거나 거주가 불분명한 사람들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역의 평균치이고 특정 지역에서는 성범죄자의 거주 불분명과 홈리스 문제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② 거주지 제한 정책은 특정지역에 성범죄죄자를 군집화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당 정책이 시행된 후, 성범죄자가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이 사실상 거의 없게 되어, 거주 가능한 특정지역 중심으로 군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군집화 지역은 주로 도시보다 제한구역이 적은 시골지역이나 주택가격이 싸고 구하기 용이한 낙후된 도시지역에서 발생한다.
③ 거주지 제한 정책은 성범죄자의 고립 및 정서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거주지 제한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가족과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④ 거주지 제한 정책은 대상자의 구직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한다. 성범죄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적절한 거주지와 직업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주지 제한장책은 대상자를 자연적으로 시골지역이나 지역적으로 자원이 할당되지 못한 지역에 거주하게 하여 직장을 구하는 것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⑤ 거주지 제한 정책은 대상자가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범죄자들의 재사회화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시설과의 활발한 교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거주지 제한 정책은 대중교통이나 인구가 밀집된 곳에 집중된 사회복지시설의 접근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4. 거주지 제한 정책의 헌법적 타당성
거주지 제한 정책의 위헌성 심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공익(거주지 제한 정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방위의 정도가 얼마나 큰지의 정도)과 사익(거주지 제한 정책을 통해 제한받는 당사자의 기본권의 크기의 정도)을 비교형량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보다 해당 제도를 먼저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법원마다 견해가 갈리고 있다. 견해가 갈리는 부분의 핵심은 결국 구체적 예방효과와 거주지 제한 정책을 통해 거주・이전의 자유가 얼마만큼 본질적으로 침해되는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의 지점이다. 이는 거주지 제한 정책을 직접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비록 거주지 제한 정책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보호관찰의 준수사항들과 관련한 위헌성 판단에서, 준수사항 부과로 인해 당사자가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기대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비교법적 고찰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법무부가 도입하려는 거주지 제한 정책은 위헌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①지금까지 나온 미국의 경험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거주지 제한 정책의 예방효과는 크지 않고, ②법무부가 제시한 원안의 경우,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특정 도시지역에 거주지가 밀집하고 있어, 거주지 제한 정책을 시행하면 사실상 거주할 공간이 없어지거나 매우 한정적이 되어 거주・이전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될 여지가 높으며, ③변경안의 경우, 특정 시설에서의 거주를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거주・이전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5. 거주지 제한 정책 사전평가
델파이 조사를 통해 살펴본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의 사전평가 결과는 다음과 같다.
평가항목은 정책의 합헌성, 효과성, 능률성 그리고 시행방법이었다. 각각의 평가요소들을 기준으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에 관한 델파이 위원들의 평균적인 인식은 범죄피해 두려움 감소 효과(4.657)와 정책 필요성(4.139) 외에는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피해 두려움 감소효과의 경우 내용타당도(CVR), 수렴도는 기준값에 미치지 못하나 합의도는 기준치 이상(0.8)으로 나타나, 거주지 제한 정책이 범죄피해 두려움을 낮추는 데에는 다소 효과적일 수 있다는 데에 합의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학계와 실무자 집단으로 구분하여 델파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학계에 속하는 델파이 위원들의 경우에는 범죄피해 두려움 감소효과(4.708),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 가능성(4.083)외에는 모두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CVR을 기준으로 할 때 일반예방효과, 능률성 및 상대적 능률성이 기준치 이상의 값을 보여, 학계의 델파이 위원들이 거주지 제한 정책의 일반예방효과, 능률성 및 상대적 능률성 모두 낮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실무자 집단에 속하는 델파이 위원들의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4.167), 최후수단성(4.167), 특별예방효과(4.250), 범죄피해 두려움 감소효과(4.500), 정책 필요성(4.417)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능률성 및 상대적 능률성의 경우에는 학계에 속하는 델파이 위원들과 동일하게 낮을 것으로 예측하였으며, CVR을 기준으로 할 때 상대적 능률성에 관해서만 기준치(0.667) 이상의 값을 보이고 있었다.
평가요소별로 살펴보면 먼저 합헌성에 관해 학계는 거주지 제한 정책이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으며, 비례의 원칙과 최후 수단성의 원칙의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의견은 이와 달리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에 해당하나 오히려 비례의 원칙과 최후 수단성의 측면에서는 적절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차단 효과성에 관해서는 양 집단 모두 부정적이었으며, 특별예방효과의 측면에서는 학계는 부정적, 실무자 집단에서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범죄피해 두려움 감소효과에 관해서는 양 집단 모두 긍정적이었으며, 능률성은 모두 낮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6. 정책제언 및 결론
지금까지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거주지 제한 정책은 새롭게 도입되는 추가적인 성범죄 예방 정책이므로 국가가 강력한 대응을 한다는 측면에서 시민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으므로 이러한 안심 효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또한 가장 중요한 실제 범죄예방효과 측면에서도 미국식 거주지 제한 정책은 선행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나타나고 있다. 정책의 능률성 측면에서도 기존의 전자감독과 대상자가 겹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보호관찰관 업무증대로 인한 인력 증가 문제 등으로 인해 비용분석에 있어 순편익 수치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도 해당 정책은 노숙자 증가 혹은 군집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거주 문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상황으로 인해 대상자의 재사회화를 방해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본다면, 당초 법무부가 2023년 업무보고에서 예고했던 아동밀집지역의 거주지 제한 정책에 대한 타당성은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최근(2023년 10월 25일자) 법무부는 아동밀집지역 내 거주지 제한이 아닌, 지역사회 내 거주시설을 지정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입법 예고하였다.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는 새로운 법률안도 역시 다음의 점을 고려하여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① 대상자 및 제한범위의 축소
미국의 선행 연구결과와 판례분석, 독일의 판례분석, 델파이조사 결과 분석 등을 총체적으로 참조할 때, 대상자를 ‘(예: 성범죄 2회 이상의) 낯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반복적 아동성범죄자로 범죄 수법, 피해정도, 성적 일탈성, 피해자 수 등을 고려할 때 재범가능성이 높고 형 집행만으로는 재범위험성이 완전히 소거되지 않아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거주지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상자’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당초 법무부가 2023년 1월에 입법 예고했던 안(원안)의 거주지 제한 범위는 학교와 보육시설 반경 500미터 내 제한이었다. 변경된 법무부 안(변경안)에서와 같이 지역사회 내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시설을 지정할 때에는 가장 기본권 제한이 적은 범위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시설을 지정하거나 설치함에 있어 당초 법무부의 원안처럼 아동밀집구역 500미터 제한을 엄격히 준수할 경우 대도시에는 실질적으로 이를 벗어난 시설이 사실상 거의 없을 것으로 상정되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별도의 용역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선고 시점 및 방식
재범위험성평가의 정확성을 위해 판단시점을 형벌선고시점 뿐만 아니라 형벌종료시 추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보안처분은 형벌선고 시에 재범위험성을 판단하여 보안처분 부과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거주지 제한 정책이 도입되면, 형벌 선고시점에 부과 여부를 판단하도록 입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형벌의 집행기간 동안 범죄자가 가지는 재범위험성의 변화가 고려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형벌선고시점 판단과 더불어 형벌종료시점에 재범위험성을 한 번 더 판단하는 입법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출소나 치료 감호 가종료 시점에서 재범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 평가위원회 검토 등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로 형벌선고 시와 종료 시의 두 번의 평가를 통해 설사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하였다고 하더라도, 헌법적 정당성 강화와 당사자의 사회복귀 의지 고취를 위해서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 정도의 변화에 따라 거주지 제한을 임시 해제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입법될 필요가 있다. 즉, 거주지 제한과 관련하여 미국식의 무기한 선고, 혹은 전자감독이나 신상정보제도처럼 특정 기간을 명시하고 강제 집행하는 것보다, 대상자의 변화 정도에 따라 거주지 제한을 가종료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대상자의 변화가능성이 고려되어야 사회복귀 의지가 고취되고, 지역사회복귀가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에는 헌법적 기본권도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재범위험성 평가자체의 강화
현재 전자감독대상자에게 실시하고 있는 정적위험요인으로만 구성된 재범위험성 평가보다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성적 일탈성, 성중독 수준, 아동에 대한 성적 선호 수준 등도 평가하는, 동적위험요인이 추가된 재범위험성평가가 실시되어야 한다. 아동밀집지역에서 모르는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는 소아에 대한 성적 선호, 흥미 등의 일탈적 욕구가 있을 가능성, 성중독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범위험성 평가에 동적위험요인이 포함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동적 위험요인은 변화가 가능한 요인이기에 처우프로그램을 통한 변화 수준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거주지 제한이 미국식 무제한보다는 특정 기한 내에서 성범죄자가 사회복귀 준비가 충분히 이뤄질 경우 제한을 해제하는 식으로 운영되려면 주기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내적 변화수준이 반영되어야 하며, 이러한 내적 위험요인은 동적위험요인에 의해 평가된다. 이를 위해 미국의 MSI(Multiphasic Sex Inventory, Nichols & Molinder, 1984)와 같은 다면적 성평가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