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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안전사회 21세기의 사회통제

  • 작성일2013.01.04
  • 조회수1,418
단행본 이미지
저자, 발간일,판매가격,언어,판매여부,면수
저자 토비아스 징엘슈타일 · 피어 슈톨레
발간일 2012-11
판매가격 20,000원
언어 한국어
판매여부 판매중지
면수 215
범죄학은 오래 전부터 “형사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대다수 법과대학의 커리큘럼에 등장하는
익숙한 분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분과는 여전히 형법학의 부속물 또는 장식품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관념적 철학의 영향권 아래에서 성장한 형법도그마틱에 비해
경험적이고 비판적인 “사회학적 계몽”의 출발단계에서부터 사회학의 핵심적 구성부분으로 자
리 잡은 범죄학은 형법학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독자적 학문분과이고, 그 독자성은 이제 학제
연구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오늘날 범죄학은 전통적인 사회학과
사회철학, 심리학, 경제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과들이 혼재하는, 하나의 집결지점과 같은 역
할을 하면서, 동시에 법체계와 법학의 경계영역에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고 있
다. 굳이 뒤르껭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한 사회 또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은 규범과 규범위반
의 양상을 중심으로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범죄학은 크게 경험적 연구에 기초하여 범죄의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범죄대응
방식을 추구하는 미시적(micro) 접근방법과 사회구성체 내부에서 범죄의 의미적 위치와 범죄
대응 방식의 체계적 연관성을 비판적으로 추적하는 거시적(macro) 접근방법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특히 후자의 접근방식을 취할 때에는 좁은 의미의 “범죄정책”을 넘어, 범죄정책이 법
질서와 사회질서에서 형성 및 변화하는 메커니즘의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
와 권력관계를 분석하고 폭로하는 작업에 집중하게 된다. 다시 말해 경험적 범죄현상과 국가
의 범죄투쟁 자체에 대한 메타적 관점에서 그 기능적 불일치성에서 시작해서 범죄폭력에 대
한 폭력적 대응을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적 분화에 내재하는 모순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죄정
책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거시적 범죄(사회)학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범죄학의 한 줄기로 형성되었다. 이른바 “비판범죄학(Critical Criminology)”로 대표되는 이러
한 경향은 그 사이 - 그 학제적 성격에 걸맞게 - 이론적으로 훨씬 더 다양한 실마리를 흡수하
게 되었으며, 더욱이 20세기 후반부터 가시화된 산업사회와 산업국가의 급격한 변화를 이론
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전망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복잡한 이론적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 책 “안전사회”는 이러한 비판적 거시범죄학에서 그 동안 축적된 이론적 성과들을 법학
자들의 시각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형사정책적 경향에 대해 뚜렷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특징이다. 즉, 1980년대 이후 일반 사회학
또는 범죄사회학에서 발전시켜 온 다양한 이론적 모델들을 “안전사회”라는 개념에 초점에 맞
추어 설명하면서, 과연 현재의 형사정책을 거시사회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사회적
전개양상이 형사정책에 미치고 있는 영향 또는 형사정책이 사회적 전개양상에 편승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답을 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갈등이론이나 낙인이론뿐만 아니라, 그람시(Gramsci)의 헤게모니이론과 푸코
(Foucault)의 통치성이론, 구성주의와 사회해석주의, 갈랜드(Garland)의 범죄사회학에 이르기
까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이론모델들을 동원하고 있다. 물론 원용되는 이론모델들과 각 이
론모델의 사회비판적 내용들은 이미 사회학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두 저
자는 이 모든 내용들을 매우 간명하고 적확하게 요약하면서, 이를 전 세계에 걸친 법체계의
전개양상에 적절하게 적용하여 분석하고, 비판적 대안까지 제시하는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은 법학전문서로서는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판수를 거듭하고 있다(제1판
2006년, 제2판 2007년, 제3판 2011년).
우리나라 형사정책의 현실 역시 전 세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
“안전사회”는 우리의 형사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그렇듯이 비판적 성찰은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고, 더 합리적인 미래를 기약하는 자기성찰이다. 더욱이 다른 학문분과와의 접
촉을 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우리 (형)법학의 입장에서 법학자들이 쓴 이 책은 비교적 손쉽게
읽힐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비판은 파괴가 아니라, 재구성의 출발점이라는 말이 옳다면,
어쩌면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고려할 때에만 비로소 합리적인 형사정책도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물론 그러한 기대와 희망은 옮긴이의 몫은 아니다.
이 책의 가치를 깨닫고 우리말로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김일수
원장님께서 마련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김일수 원장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또한 책이 발간되는 데 애써 주신 연구원의 여러 분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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